2025도6070
<br/> 구 개인정보 보호법상 허용된 권한 초과 개인정보 유출 금지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및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 소명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br/>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 제3호, 제71조 제6호(현행 제71조 제10호 참조), 형법 제20조 <br/>
【피 고 인】 피고인 <br/>【상 고 인】 피고인<br/>【원심판결】 광주지법 2025. 4. 17. 선고 2024노149 판결 <br/>【주 문】<br/>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br/><br/>【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br/> 1. 원심에서 추가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원심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지 않았다), 전남 ○○군 △△면 주민자치회의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피고인이 2022. 5. 12. ○○경찰서 민원실에서 공소외인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하면서, 공소외인이 위 사업 참여를 신청하면서 첨부한 서류에 기재되어 있던 주민등록번호를 고소장에 기재하여 ○○경찰서 소속 공무원에게 제출함으로써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공소외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는 것이다.<br/> 원심은, 피고인이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개인정보보호법’이라 한다) 제59조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고소장에 공소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한 개인정보의 유출’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br/>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br/> 가. 구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59조 제3호).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 소명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과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17590 판결 등 참조).<br/>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br/> 1) 피고인은 전남 ○○군 △△면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자치회 대표자이자 그 자치회의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이고, 공소외인은 2021. 12.경 위 사업에 참여를 신청한 사람이다.<br/> 2) 피고인은 2022. 5. 12. ○○경찰서에 "공소외인이 피고인에 관하여 ‘주민자치회 회장 지위에서 돈을 착복하고 집을 엉터리로 고쳤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고인을 ‘악의 근원, 사기꾼’ 등으로 지칭하여 모욕하였다."라는 취지로 공소외인을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공소외인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였다.<br/> 3) 경찰청이 제공하는 고소장 서식에는 피고소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전화번호, 이메일 및 기타사항(성별, 특징적 외모, 인상착의 등)을 기재하는 난이 있다.<br/> 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고소장에 피고소인 공소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br/> 1) 피고인은 자신이 고소하는 범죄사실의 행위자인 피고소인을 특정할 목적으로 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를 기재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피고인이 고소에 이르게 된 개인적 동기와 무관하게, 범죄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행위의 정당성이나 거기에 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br/> 2) 어떤 범죄사실을 고소하는 경우 피고소인을 특정하기 위하여 고소장 등에 일정한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수사기관이 피고소인의 특정에 활용하는 주된 정보 중 하나이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성격에다가 개인정보를 제출받은 제3자가 수사기관이므로 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위험성은 크지 않다는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공소외인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br/> 3) 피고인은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의 추진·운영을 위하여 공소외인으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서류를 제출받아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그 주민등록번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찾아보기 어렵다.<br/>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허용된 권한을 넘은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br/> 마. 따라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이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br/> 3. 결론<br/>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br/><br/>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